핵심 요약
2026년 3월부터 시행된 개정 상속법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유류분 제도의 틀을 크게 바꿔놓았다. 헌법재판소가 2024년 4월 25일 형제자매의 유류분 반환 청구권 조항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시작된 이 개정은, 자녀 없이 사망한 사람이 특정인에게 재산을 물려준 경우 그 형제자매가 더 이상 유류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대소변을 받아내며 병수발을 든 사람이나 특별히 헌신한 상속인은 기여분을 주장해 유류분 반환 청구를 방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동시에 부모를 부양하지 않았거나 패륜 행위를 저지른 상속인의 권리를 아예 박탈하는 상속권 상실 제도, 이른바 구하라법이 새로 도입됐다. 재산을 가로챈 자녀에게 적용되던 형 면제 조항도 사라져 이제는 고소를 통해 처벌이 가능해졌다. 원칙적으로 물건 자체를 돌려주던 원물반환 방식은 현금으로 지급하는 금전지급 원칙으로 바뀌었고, 소송을 제기하는 순간부터 연 12%의 지연이자가 붙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들은 결국 상속을 둘러싼 소송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라면 유언장을 통해 미리 구체적인 이유를 남겨두는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주요 내용
형제자매 유류분, 왜 사라졌나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25일, 유류분 제도 중 형제자매에게 적용되는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언니가 아파트를 유증으로 물려받았을 때 동생이 “나도 유류분을 내놔”라고 요구하는 상황은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 변화는 3순위 상속인, 즉 사망한 사람이 배우자도 자녀도 없는 독신이었고 그 형제자매에게 재산을 넘긴 경우에만 해당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 배우자 사이의 유류분 반환 청구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결혼하지 않았거나 자녀 없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봐준 사람에게, 혹은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곳에 재산을 남기기로 했다면 그 뜻은 이제 형제자매의 개입 없이 온전히 지켜진다. 재산을 남기는 사람의 의사를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이 움직인 셈이다.
기여분을 인정받으면 방어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두 번째 문제는 유류분 반환 청구권을 행사하는 쪽이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부모를 전혀 돌보지 않은 자녀가 형식적인 상속인 지위만으로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대소변을 받아내며 오랜 기간 병수발을 든 사람에게 부모가 고마운 마음으로 재산을 넘긴 경우도 있다. 이때 병수발을 든 사람이 자녀가 아니어도, 즉 제3자라 해도 상관없다.
개정법은 이런 상황에서 재산을 받은 사람이 “내가 이만큼 기여했기 때문에 받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자녀는 부모를 잘 챙기지 않았는데 근처에 사는 동생이 훨씬 살뜰히 부모를 모셨다면, 부모가 그 동생에게 남긴 재산에 대해 동생은 기여분을 근거로 유류분 반환 청구에 맞설 수 있다. 다만 실제 소송에서 인정되는 기여분은 대체로 30에서 50% 수준에 그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구하라법과 상속권 상실 제도

상속권 상실 제도는 일명 구하라법으로 불린다. 부모로서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자녀로서 부양의 도리를 저버린 상속인에게까지 상속 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패륜 행위를 저지른 상속인의 상속권을 법원이 박탈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같은 흐름에서 부모의 재산을 횡령하는 등 재산 범죄를 저지른 자녀에 대한 처벌 공백도 메워졌다. 과거에는 직계혈족 사이의 재산 범죄에 형이 면제되는 조항이 있어 횡령을 저질러도 사실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제는 친고죄로 바뀌어 피해를 입은 부모나 가족이 직접 고소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 상속권 상실은 제도가 막 시행된 만큼 아직 확정된 판결이 없고, 처음 잡힌 재판 기일도 10월에야 열릴 예정이어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앞으로 판례를 통해 쌓여갈 것으로 보인다.
원물반환에서 금전지급으로

유류분을 돌려줄 때도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부동산을 받았으면 부동산 그 자체를, 돈을 받았으면 돈을 그대로 돌려주는 원물반환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반환 과정에서 오히려 분쟁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부동산이든 현금이든 돈으로 환산해 지급하는 금전지급 방식으로 원칙이 바뀌었다.
이 변화는 유류분을 청구하는 쪽에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소송을 제기해 소장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날부터 실제 지급일까지 연 12%의 지연이자가 붙기 때문에, 청구권자 입장에서는 소송을 서둘러 제기하는 편이 이익이 된다. 결과적으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 자체가 이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언장 한 장이 분쟁을 막는다
유언장이 없다면 법정 상속분대로 나눠 갖는 것이 원칙이 되고, 유언장이 있어도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까지는 보장된다. 그래서 특정 자녀에게만 전부를 물려주겠다는 유언장은 결국 유류분 소송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자신을 간병한 큰딸에게만 재산을 남기겠다며 떨리는 글씨로 판사에게 호소하는 유언장을 남긴 아버지의 사례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기여분이나 상속권 상실 같은 방어 수단이 없어 결국 재산을 나눠줄 수밖에 없었다.
유류분 반환 청구권에는 상속 개시와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이라는 소멸시효가 있다는 점도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이 기간을 넘기면 권리 자체가 사라진다. 분쟁을 줄이고 싶다면 한 자녀에게 전부를 몰아주기보다 모든 자녀에게 조금씩이라도 나눠주는 방식으로 유언장을 쓰고, 왜 이렇게 나누었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함께 적어두는 편이 낫다. 이렇게 남긴 이유는 훗날 소송이 벌어지더라도 기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
상속법 개정으로 상속을 둘러싼 소송은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류분을 청구하는 쪽은 기여를 주장해볼 여지가 넓어졌고, 지연이자 때문에 소송을 서두를 유인도 커졌다. 반대로 재산을 물려주는 입장이라면 유언장을 미리 준비하면서 재산을 나누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